겸각 2015. 9. 16. 17:39

 

 

 

 





 소문所聞이라는 것은 언제나, 어느 곳에나 있었다. 그것의 진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악의적인 의도였든 아니든 소문이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삽시간에 퍼지는 법이다. 평온하던 혹은 평온해 보이던 조직 내부의 소란이 바깥까지 새어나가기 시작했다. 윗선의 갈등은 곧 아래까지 뻗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극심하게도 흔들렸다. 


  붉은 거리의 열아홉 번째 가게. 그곳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던데. 새끼 마담이 포주를 죽였다고 했었나. 그래, 그랬다고 하더라고. 그러고는 자기가 포주자리를 홀랑 먹었다더라. 근데 그거 안 걸린 거야? 하긴 윗분들이 우리 같은 아래 것들 신경이나 쓰겠어? 그래도 어쨌든 그 년 호강했네.  하나 따고 그 자리를 꿀꺽 했으니. 들키지만 않는다면야. 걸리면 머리 달아다는 것으로 안 끝날 걸? 그건 그렇지만….   


  장량 역시 그 열아홉 번째 가게에 대한 것을 들었다. 그러나 그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바닥에서 저렇게 소문이 나뒹굴 정도라면 결과는 불 보듯 뻔 했다. 백단향, 제가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테니. 정 흥미가 가시질 않는다면 술잔을 기울이며 가벼운 얘깃거리 정도면 충분할 터였다. 그리고 또한 자신이 관리하는 부서에서도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총감 말이야. 저 자리에 오르려고 전 총감을 죽였다는 말이 있던데. 그거 정말이야? 아, 나 그거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 자세히 아는 건 아닌데, 지금 총감이 부서장 자리에 있을 때 총감이 특히나 부서장을 예뻐해서 당연히 자리 넘길 때 부서장한테 넘길 거라고 하나 같이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를 못 참고 을 쳤다더라. 뭐야, 평소엔 그렇게 권력에 관심 없어 보이더니. 진짜? 확실한 거야? 아니, 나도 제대로 들은 건 아니구….   


 얼마 전에 총감이 애새끼 잡는 것 봤어? 야, 살벌하더라물건 빼돌렸다고 장기 싹 털어서 팔아치웠다니까? 내가 그 때 슬쩍 봤는데, 웃고 있더라. 막. 진짜 살벌하게근데 그거 걔네가 빼돌린 건 확실한 거야? 몰라, 모르지. 찝어낸 건 총감이니까. 너 창 완昌頑. 완 알지. 걔도 그 때 뒤졌잖아. 걔가 총감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그걸 죽여? 걔가 을 빼돌렸을 리가 없는데….


 같잖은 소리. 장량은 소문을 그것으로 일축했다. 


 량은 조용히 소문을 흘린 이를 불러들였다. 제 사무실로 불러내어 다른 이들을 모두 내보냈다. 둘 뿐인 독대. 그 공간의 침묵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장량은 테이블에 두개의 찻잔을 내려놓았다. 향긋한 차향만이 사무실을 채웠다. 소파에 앉아 멀거니 문가에 서있는 이에게 앉으라 손짓했다. 발발이며 불안한 기색이 눈에 뻔히 보였다. 입꼬리를 당겨 번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상당히 자애로운 상사의 미소에 그는 퍽 안심을 한 듯 작은 한 숨을 내쉬고 건너편 자리에 엉덩이를 살짝 걸쳐 앉았다. 바들이는 손길이 테이블 위의 찻잔을 들어 호로록 마신다. 장량은 그 행태에 낮게 웃음을 흘렸다.

"내가 거기에 혹여 독이라도 탔으면 어쩌려고."

 그 말에 깜짝 놀라 서둘러 찻잔을 내려두고 정말이냐는 듯 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것에 정말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접힌 눈꼬리가 퍽 매서게 사내를 향했다.

"설마. 농이야. 그나저나, 왜 여기 불려왔는지 알고 있나?"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말이라는 건 참 신중하게 해야 하는 법이지. 내가 언제나 그러지 않았던. 말 가려서 하라고."

 그제 서야 자신이 불려온 이유가 짐작이 가는지 사내는 꿀 먹은 병아리라도 되는 마냥 입을 굳게 다물었다. 량은 차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테이블 위의 담배케이스에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불."

 눈치만 보던 사내가 황급히 주머니를 뒤져 라이터를 꺼내들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쓰읍. 담배를 들이마시며 소파에 깊게 몸을 기대었다.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겠나?"

 부탁이라는 말에 사내의 동공이 커졌다. 말단이나 마찬가지인 일개 조직원한테 명령이 아닌 부탁이라니 ! 사내는 퍽 놀란 기색이었으나 몇 번이고 말씀만 하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진지한 표정이며 뻣뻣하게 힘이 들어간 어깨가 우스웠다.

"어려운 일 아니란다. 아주 쉬운 일이지. 너는 내가 우리 애 하나 죽이는 것을 목격했어. 그렇지?"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기에 장량은 느긋하게 담배연기를 뱉어내며 말을 이었다.

"얼굴은 보지 못 했지만 이름은 확실히 들었지. 창 완昌頑. 그 아이가 나를 칠 계획을 짜고 있었고, 나는 그걸 알아챘지. 너도 알다시피 우리에겐 언제나 명목이 필요한 법이야. 그래서 나는 그 아이를 쥐새끼와 엮었지. 실제로도 빼돌리게 만들었단다. 시나리오가 대충 짐작이 가나? 그 새끼는 찬탈을 꾸몄고, 그것으로 인해 고깃덩어리가 되었지. 속에 든 내장을 들어내면서도 명을 끊어주지 않았어. 너도 들었을 텐데. 그 새끼가 제발 죽여 달라며 비는 소리를. 자, 더 이상 설명은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며칠 후, 그 동안의 소문과는 전혀 다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찬탈을 꾸미던 이가 참형을 당했다는.




 소문을 낸 이를 죽이지 않은 것은 간단했다. 찾아내 죽이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겠으나 죽여버리면 그 소문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소문을 덧입히는 것이었다. 본래 소문이란 그런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