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승 제
강 승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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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 표준
남자는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 눈치였다. 가늘게 찌푸려진 눈은 사납기 그지 없었다. 치켜 올라간 눈꼬리에 쌍꺼풀 없이 밋밋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왼쪽 눈 밑의 푸르스름한 멍자욱은 막 리조트에 들어섰을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것이었다. 누가 봐도 맞은 것이 분명한 흔적이었기에 남자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남자는 잘 알고 있었다. 큰 키에 사납게 생긴 탓에 길거리를 거닐다 시비가 걸리기 일수였고 남자는 그런 것들에 익숙했다. 지긋하게도 오래도록. 익숙해지고 싶자 않아도 익숙해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몸 이곳저곳 자리잡은 자잘한 흉터도 이제는 마치 원래 그랬다는 것처럼 익숙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남자는 싸움을 싫어했다. 그것은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싸우는 것 보다 싫은 것은 그저 순간이 자니가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맞고 있을 바에야 차라리 싸우겠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사나운 인상 탓이라면 그것도 어쩔 수 없지. 반쯤은 체념한 기분으로 남자는 제 찌푸려진 미간을 슥슥 문질렀다. 시력이 좋지 않았다. 아주 안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사물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 마저도 안경이나 렌즈를 끼는 것이 남자에겐 맞지 않았다. 안경을 끼자니 안경이 통 익숙해지지 않아서 금방 머리가 아파왔고, 렌즈를 끼자니 눈이 뻑뻑해서 금방 빼버렸다. 그 탓에 남자의 미간은 옅게 찌푸려진 채였다.
남자는 짧게 올려친 제 까끌한 머리를 긁적였다. 짧은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술도 별로.
- 이곳에 오게 된 건 지인의 권유였다. 당첨되었으니 이왕이면 다녀오라고 했다나.
- 현재 휴학생으로 몇 개의 알바를 하고 있다.
- 모 전문대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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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의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