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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재 희

겸각 2017. 9. 17. 17:10



" 얌전히 굴어요"



도 재 희


3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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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검은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넘긴 채였다. 우뚝한 콧날이며 진한 눈썹이 꽤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그것을 완화하기라도 하듯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너를 바라보는 눈이 권태로 가득했다. 느긋한 여유와 지루함이 고루 섞여 탁한 색을 띠었다.

 

입고 있는 정장이 꽤 비싸보였다. 끝까지 조인 넥타이, 커프스 버튼, 넥타이핀까지.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고 그것이 고급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듯 했다. 투버튼의 깔끔한 정장은 빳빳하게 잘 다려져 정장 특유의 선이 살아있었다. 가난을 모르고 초조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도재희의 왼손 약지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도재희는 이따금씩 그 반지를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 그 반지에 대해 물으면 도재희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냥, 일종의 연막이랄까. 결혼 하라고 여기저기에서 난리인 것, 불쾌하잖아요.


  때때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에 움찔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도재희는 그것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리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피곤에 찌들고 건조한 눈이 뻑뻑했기 때문인 것을.


 도재희에게서는 알싸한 담배 냄새가 났다. 그러나 그 냄새는 강렬하지 않은, 고급스러운 향수의 향에 희석되었다. 도재희는 자신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편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런 거 많이 피워서 뭐해요. 요즘 담뱃값이 얼마나 비싼데. 도재희는 가볍게 농을 던지는 듯한 어조로 담뱃갑을 괜히 흔들어보였다. 사실은 참는 중이야.

 

격려하듯 네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손길에는 어딘가 묵직함이 느껴졌다. 좋게 말할 때 예쁘게 굴어요. 알았죠? 퍽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네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부드러운 강압이 주변을 맴돌았다.

 

검찰이라는 직위에 비해 큰 정의감 같은 것을 갖고 있지 않았다. 조폭과 거래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꺼리지 않았다. 요즘 같은 사회에 팍팍하게 왜 그래요. 안 걸리면 그만이지. 서로 피곤하게 이러지 말고. 잘 해결합시다. 도재희는 사람 좋게 웃으며 담뱃갑을 꺼내어 네게 권유를 하듯 담뱃갑을 흔들어 보였다.

  

 인육. 인육이라. 글쎄. 맛있죠. 맛은 있는데. 말을 고르는 듯한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음, 그래. 이왕이면 깨끗하고 신선한 것을 먹는게 좋지 않겠어요? 아무거나 집어먹으면 배탈 나. 그리고 너무 과식하지 말아요. 적당히. 언제나 적당히가 좋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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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