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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청 경

겸각 2017. 11. 18. 15:30






백 청 경

99. 10. 21(19) / 3학년 1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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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그림 그리기

미술부



 검은 머리카락은 드문드문 눈을 가리는 정도였다. 눈매는 쌍꺼풀 없이 살짝 쳐져 순한 인상이었다. 산책하는 걸 좋아해 시간이 날 때면 주변을 거닐곤 했다. 그 때문에 피부는 적당히 타 보기 좋은 혈색을 띠었다. 손목, 발목이 얇은 편으로, 왼쪽 손목에는 늘 시계와 여동생이 실을 엮어 만들어준 소원팔찌를 하고 다닌다. 목소리는 낮은 편이고 조금은 목이 쉰 것 같은 거칠함이 섞어있다.


 고등학교 삼학년 여름방학. 십일월을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 때였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청경은 늘 느긋해 보였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이상하게 태평했다. 아예 공부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하는 건 아닌 애매한 정도. 딱 그 정도였다. 공부는 관심에서 뒷전이고 그림으로 종이를 채워가는 것을 좋아했다. 방학이라 펼 일 없는 교과서의 여백에는 수업 시간 동안 청경이 무엇에 집중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필기 대신 여백에는 청경이 그려 놓은 낙서로 가득했다. 낙서는 주로 눈에 보이는 것들이 주를 이루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것들이나, 교실 안에 있는 것들. 공부는 지루하고 따분했다.


 청경은 늘 멍해보였다. 누군가 부르면 한 텀이 자닌 후에야 고개를 돌려 상대방을 바라 보았다. 귀가 잘 안 들리기 때문인데, 소란스러운 곳에서는 더욱 반응이 느렸다. 사람이 많은 곳은 자연히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었고 그렇기에 사람이 많은 곳은 좋아하지 않았다. 마치 물 속에 있는 것처럼 귀가 먹먹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에도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면 어떤 말을 하는지 대충 알아차릴 순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로 인해 몇몇 사소한 일들이 있기도 했지만 본인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말을 못 알아 들었을 때에는 제 오른쪽 귀를 두어 번 두드렸다.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소용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날 컨디션에 따라 상태는 좋아졌다 나빠졌다 곡선을 그렸다. 심한 날에는 두통과 미열이 있어 진통제를 챙겨 먹어야 했고 그와 반대로 상태가 좋은 날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고 부르면 곧잘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곤 했다. 전화가 올 때면 항상 이어폰을 연결해 통화를 한다. 이어폰을 꺼내 꽂아야 해서 전화 받는게 더뎠다. 청경은 통화 보다는 문자를 선호했다. 적어도 문자는 안 들리는 것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었다.




* 성산 고등학교 학생. 학교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을 좋아했는데 폐교가 되어 아쉬워 하고 있다.

*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수화를 어느 정도 할 줄 안다.

* 가족은 부모님과 3살 아래의 여동생. 부모님은 작은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여동생(백청아)과는 사이가 좋은 편.

* 더위에 약하다.



폭 염 주 의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