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태 주
" 인상 좀 펴요. 웃고 살아야지, 사람이. "
윤 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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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음지에서 자란 태를 숨기려 해도 본성이 그러했다. 진창을 구르고 굴러 이제는 바닥과 색을 구분할 수 조차 없게 되어 버린. 알 수 없는 속내 만큼이나 새까만 머리카락을 넘긴다. 때로는 왁스 따위를 바르지 않은 얇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엉망으로 망그러지곤 했다. 눈썹 아래로 푹 꺼진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드러난 눈동자가 먹칠을 해놓은 것 마냥 검었다. 빛이 비출 때면 갈색으로 보이기야 하겠지만, 평소에는 오롯히 검게만 보였다. 오뚝한 콧날 아래 얇은 입술이 쉬이 휘어지며 입꼬리고 올라간다. 부러 틈을 내보이며 남자는 웃어보였다. 사냥을 하기 위하여 미끼를 내보이는 것처럼.
태주야, 하고 불러 볼래요?
성마른 몸뚱이가 권태로 물 먹은 솜 마냥 까라진다. 양 발등에 세겨진 장미꽃은 오래되어 이 제 원래 그러하다는 듯 자리하고 있었다. 그거 알아요? 장미의 가시는 잎이 변한 거라는 거? 윤태주는 별로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라는 듯이 담배를 꺼내 들었다. 뼈가 도드라진 손은 별로 곱질 못 했다. 사실은 손등에 하고 싶었는데. 담배에 불을 붙이며 제 손등을 느리게 쓸어본다. 근데 그러면 너무 눈에 띄니까. 담배 끝에서부터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담배연기를 물끄럼히 바라보다 눈을 감는다. 담배연기를 뱉어내며 벌어진 입 안, 혀에 한 작은 피어싱이 보였다.
아니야. 역시 태주씨가 좋겠어요.
태주야는 너무 친근한 것 같잖아.
윤태주는 퍽 단정히 정장을 갖춰 입었다. 겉을 포장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끔하고, 완벽하게. 꽉 죄여 맨 넥타이와 커프스 버튼, 넥타이핀까지. 아무리 겉을 좋은 포장지로 감싸도 썩어빠진 속은 그대로인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거울 앞에 서 멀끔한 모습을 바라본다. 가벼운 윤태주와는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차림새.
* 문신, 피어싱.
양 발등에 세겨진 장미꽃 문신.
혀에 작은 피어싱.
* 반신욕 ?
욕조에 가득 물을 받아놓고 들어가 있는게 좋아.
너무 오래 있는 건 안 좋다고 들었는데
그딴 거 알 게 뭐야.
* 담배, 술.
담배는 하루에 반 갑 정도.
가끔 술에 취하는 건 좋지.
근데 별로 술을 잘 하는 편은 아니라서.
감당할 자신 있으면 같이 한 잔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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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필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