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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희 태

겸각 2017. 9. 17. 17:28




" 형님들, 아우님들 희태 왔어요~"



정 희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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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 사원




검은 머리를 쓸어넘긴 채 정희태가 거만하게 웃었다. 판 돌아가는 상황을 가늠이라도 하듯 슥 훑어 보고는 제 이마를 긁적인다. 짙은 눈썹 아래 예쁘게 쌍꺼풀이 진 눈을 찡긋. 날렵한 콧대 아래로 담배를 빼어문 입술 새로 허연 연기가 숨결이라도 되는 것처럼 후욱 끼쳐나왔다.


폼생폼사. 한 번 사는 인생 폼나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 너무 까다롭게 굴지 말고 그럽시다아, 응? 정희태는 깔쌈하게 차려입은 정장의 매무새를 다잡는다. 꽉 죄여진 넥타이가 답답할만도 한데 놈은 언제나 그 꼴이다. 답답은, 다 멋이지. 멋. 정장의 불편함을 알면서도 정희태는 꼭 정장만 챙겨 입었다. 뭐하나 빼먹지 않고 다 챙겨 입고서야 만족스럽게 집을 나서는 놈이 바로 정희태였다. 희태는 깔끔하게 넘긴 머리가 혹여 흐트러질 새라 쓸어넘긴다. 히쭉. 생긴건 사람새낀데 하는 짓은 영 뱀이랑 다를 바가 없단 말이야. 웃는 얼굴에 머릿속은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한 셈으로 가득했다. 나가는게 있으면 그것보다 더 벌어들어야 하는 법이라니까? 정장부터 손목시계에 구두까지. 질 좋아 보이는 것들은 모두 한 유명하는 명품들이었다.


오만불손 후안무치. 놈에게 꼭 어울리는 말이었다. 느물하게 웃는 꼴은 겸손이란 것을 몰랐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오케이! 정희태가 아무리 안하무인한 놈이라지만 제 일 하나는 완벽히 해냈다. 솜씨 좋게 메스로 살갗을 주욱 그어 내리는 모습은 어쩐지 즐거워보이기까지 했지만 사실 제 일을 썩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유는 정희태 만큼이나 단순했다. 옷에 피 튀는게 싫어서. 정희태는 그런 놈이었다. 정희태는 꼭 하루만 사는 놈처럼 굴었다.

고 뱀 같은 세치 혀를 놀리는 짓이 익숙한 놈은 샐쭉하니 웃는다. 이기적이라기엔 퍽 남을 챙길 줄 알았고 독하다 하기엔 꽤나 정이 많았다. 어이구, 알았어, 알았어. 말만 해. 이 정희태가 싹 다 해결해준다니까? 오빠 못 믿어? 하며 다독일 줄도 알았다. 대신, 공짜는 아니구. 가는 게 있으면, 끝까지 말 안해두 알지? 얍실하게 웃으며 제가 원하는 것을 당당히도 요구했다.


의사?
답지 않게두 응, 참 답지도 않아. 놈은 퍽 노련한 손놀림으로 터진 상처도 꼬매고 솜씨 좋게 거즈를 붙이고 붕대를 감는다. 의사라기엔 그래, 나이가 좀 적지? 그리고 상처를 보면서도 입에서는 담배연기가 뻐끔. 야매 아니야, 이 새끼? 그런 의심이 스멀스멀 고개를 치켜들 쯤에 놈은 후욱 허연 연기를 내뱉었다. 아주 그렇게 노려 보다가는 정희태 뚫리것네. 뭐, 정 싫으심 어디 길바닥에서 어영부영 뒤지시던가. 


거 너무 애쓰지 맙시다. 어깨에 힘 좀 푸시고, 응?

어디 좋은 안마방이라도 소개시켜 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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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