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창 현
" 거 외상 안 받어요. 돈이 없으면 걍 뒤지든가, 난 몰르니까."
조 창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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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의사, (마약 판매상)
입만 다물고 있으면 참 괜찮게 생겼는데. 놈이 많이도 들은 말이었다. 그럴 때면 놈은 미친년처럼 웃었다. 미친놈 말고, 미친년. 헝클어진 머리는 단정을 모르는 것처럼 부스스했다. 곱슬한 머리를 손으로 대충 빗어내고. 깔깔 경박한 소리로 웃으며 치켜 올라간 눈이 가늘게 휘어졌다. 놈의 눈은 짝짝이라 오른쪽에만 쌍꺼풀이 있었다. 옛날부터 한 쪽 눈에만 쌍꺼풀이 있으면 바람 난다고 하던데. 하하, 웃기네! 시커먼 눈동자를 무엇이라도 찾듯 데굴데굴 굴렸다. 유난히도 까만 눈동자가 기괴하다고 느낄 법 했다. 제법 날렵한 콧날이 오뚝했고 찢어진 입꼬리가 치켜 올라가며 양 뺨에 보조개가 쏙 깊게 들어갔다. 놈이 제 입술을 씹어대는 꼴은 쉽게 놀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입술이 늘상 시뻘건 루즈라도 바른 것 마냥 붉곤 했는데 가끔은 피라도 본 것인지 검게 굳은 피딱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놈의 낯짝은 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터였다. 피부는 시체마냥 희었고 눈과 머리는 먹이라도 뒤집어 쓴 마냥 검었으며 잇자국이 난 입술은 붉더라.
놈은 시도 때도 없이 깔깔 웃었다. 그리곤 갑자기 뚝 웃음이 멎었다. 뭐지, 이 미친 새끼는. 놈은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손님에게는 깍듯히 대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손님이 없으면 어떻게 돈을 벌어다 먹고 산단 말인가! 남자는 삶에 진한 애착이 있었다. 그렇기에 쓰레기 같던 어린 시절에도 꾸역꾸역 살아남았고 그것에 비하자면 지금은 꽤, 많이, 살만해 졌다고 했다.
01. 해바라기 아파트에서 조금 떨어진 후미진 골목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의사, 라 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없는 것 보다는 나은 법이었다. 적어도 놈은 깔끔하게 상처를 봉합하고 부러진 곳에는 부목을 대어주고 했으니까. 아, 물론 완벽하게 돈을 지불한다는 가정 하에. 외상 사절. 병원이라 하기에는 애매한 곳에 들어서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어 있는 문구였다. 제법 오래된 그 곳은 놈이 개업한 것이 아니었다. 놈을 줏어다가 먹이고 키워주고 싫다는 애새끼를 잡아다 부득불 상처를 꼬매는 법과 상처마다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를 가르친 노인의 것이었다. 이제는 놈 혼자 남아 어쩌저찌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 마약도 어느 정도 취급을 하고 있지만 매우 소량일 뿐이었다. 이것은 거의 떠맡다시피 맡게 된 일이라 놈은 딱 필요한 만큼만 일했다. 어쨌든 본업은 의사지. 야매지만. 상처는 잘 꿰매놨으니까 요거는 쪼까 아프다 싶음 하나씩 먹고, 샤워는 뭐, 상처 벌어져가꼬 다시 꼬매고 싶으면 하고. 02. 추운 한 겨울에도 놈의 목덜미는 휑했다. 남들은 추워 죽겠다고 목도리며 뭐며 꽁꽁 싸매는데. 언제나 드러난 채인 목덜미는 붉은 생채기가 가득했다. 잘 보면 다 손톱에 긁힌 모양새인데. 뭐, 그냥 그렇다고. 놈은 제 목을 가만 두질 않았다. 03. 사투리라고 하기엔 좀 이상한 말투. 04. 술보다는 담배. 05. 돈계산은 철저히. - 해바라기 아파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