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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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A군의 방문기폭염주의보 2017. 11. 22. 14:15
* 10년 후 청경이가 스물아홉, 꽃집 겸 카페(靑)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여긴가…?" 아담한 꽃집 앞에 서서 제대로 왔는지 핸드폰 지도를 살폈다. 친구들이 알려준 대로 왔고 지도에도 여기라고 표시되어 있으니 여기가 맞겠지. 길치 기질이 다분하다 보니 몇 번이고 맞게 왔는지 확인하는 건 이제 하나의 버릇이었다. 근데 여기, 좀 특이하다. 카페랑 꽃집을 같이 한다니. 흔한 조합은 아니네. 고개를 들어 카페부터 꽃집까지 이어진 다소 심플한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푸를 청' 한자가 다소 눈에 띄었다. 한자로 된 간판은 요즘 거의 없지. 꽃을 사러 오긴 했는데, 꽃을 사보긴 난생처음이라 섣불리 꽃집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데 꽃집의 문이 열리는 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라버렸다. 아, 쪽팔려! "…꽃 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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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폭염주의보 2017. 11. 19. 23:22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내리쬐는 한 여름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숨통을 죄었다. 매미가 우는 소리가 아득하니 들렸다. 정자의 나무 바닥에 가만 머리를 대고 누워 눈을 감는다. 그동안 소란스러웠던 것이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조용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여긴 왜 이렇게 덥냐며 투덜댈 것 같은데. 아직 여름은 갈 기미를 안 보이고 방학은 조금 더 남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인데 가슴 한 켠이 허전했다. 그리 길지도 않은 기간이었는데 벌써 정이 들어버리기라도 한 건지. 핸드폰을 들어 성산 고등학교에 간 날 다 같이 찍은 사진을 물끄럼 바라보았다. 묘한 기분이었다. 중학교 삼 학년을 마치고 이곳으로 내려올 때에도 겪은 헤어짐이었는데. 그때는 딱히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