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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법자의 도시 2015. 9. 16. 17:20

     

     






    1.매년 칠월 말이면 꼭 하루를 쉬었다. 언제는 26일이기도 했고 또 언젠가는 28일이기도 했다. 딱히 정해진 날은 없었다. 그저 몸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어김없이 또 찾아왔구나, 여길 뿐이었다. 전날 저녁부터 슬슬 몸이 안 좋아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이면 몸살이라도 온 것 마냥 앓아누웠다. 그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통보를 하는 식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기가 시기인 만큼 나가서 자리라도 지키고 있어야 했으나 말을 듣지 않는 몸뚱어리 덕에 채 몇 걸음 때지도 못 한 채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다.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제가 내뱉은 얕은 숨소리만이 들렸다. 상황은 퍽 좋지 못 했다. 이렇게 있을 시간이 없는데….

     소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 어지럼증이 일었고 지끈거리는 편두통이 머리를 뒤흔들었다.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몸이 찝찝했다. 무언가라도 매달고 있는 것 마냥 몸이 처지고 무겁기 짝이 없었다. 속은 날카로운 것으로 긁어내리는 것 같이 아프고 토악질이 났다. 변기를 붙들고 한바탕 속을 게워냈지만 누런 위액만이 쏟아졌을 뿐이었다. 몸을 일으켜 찬물을 뒤집어썼다.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다. 이렇게 정신 놓고 있을 때가 아니지. 물기를 대충 닦아내고 욕실에서 빠져나와 협탁 위에 놓인 사진 앞에 섰다. 나란히 놓인 액자 두개. 

    "올해로 꼭 십년이라, 이리도 지독한가."








    2.물류창고에 모인 이들이 수근거렸다. 야, 갑자기 이게 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아. 이거 어째 기분이 쎄하다? 다소 불안을 담은 웅성임은 장량이 창고 안으로 들어서며 일순 사그라들었다. 형형한 분위기며 찌푸려진 미간이 모인 이들의 불안을 더욱 드높였으나 장량은 느긋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어 담배를 꺼내 물었을 뿐이다. 담배를 한껏 빨아들였다 내뱉으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이 지랄맞은 몸 상태. 작게 혀를 찼다. 장량은 모인 이들의 얼굴을 죽 훑고는 몇몇을 골라내었다. 그리고는 가까이 오라는 듯 손을 까딱여 보였다. 

    "지금 상황 어떤지 뻔히 알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장량이 제 앞에 나란히 선 사내들의 어깨를 퍽 다정히 도닥였다.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이 기이하리 만큼 소름끼치더라. 그리고 이내에는 그들의 뺨을 내리쳤다. 누군가는 휘청였고 다른 누군가는 금새 자세를 바로 했다. 장량은 그것에 그저 낮은 웃음을 흘렸을 뿐이다.

    "내 새끼들아, 누누히 말했지. 작작하라고. 응?"

     왜 그렇게 말을 안 쳐들어. 그러니까 지금 이 같잖은 상황까지 온 거잖아. 낮은 한숨을 내뱉으며 장량은 말하기도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다른 이들에게 손짓했다.

     이 같잖은 것들, 돈 되는 건 싹 빼서 팔아치워라. 

    "그리고 야 이 쥐새끼들아. 너희들이 갉작인 물건들,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어? 누굴 개호구로 보네. 씨발 것들이. 이 멍청한 것들아. 그렇게 대가리가 안 돌아가디? 눈 앞에 먹이가 있다고 꾸역꾸역 처먹다가 배터져 뒤지는 물고기 마냥."

     평소와 다른 상스런 말을 내뱉으며 장량이 비죽이 웃었다. 허옇게 질린 낯짝이며 식은땀이 나는 것이 퍽 상태가 안 좋아보였으나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장량은 창고를 벗어났다.








    3.사무실 소파에 몸을 기댄 장량이 수행원 하나를 불러들였다. 앉으라는 듯 건너편 자리를 가리키고는 테이블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사무실 내부는 차내음으로 가득했는데 그것이 향내를 슬쩍 가려내었다. 약이 소용없는 만큼 향이라고 소용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심신의 안정을 돕는 향이었을 뿐이다. 아래 아이들에게 제 상태를 알려서 좋을 것이 없기에 그나마도 안 좋은 티를 내지 않았다.

    "한 번만 말 할 거니까 잘 들어. 집청소하고 들어온 돈들 자금으로 포함시키고 들이던 물량 그대로 들여. 그리고 시장에 푸는 약 줄여. 너무 티나게 말고, 천천히. 그래야 가격이 뛸 테니."

    "저기, 형님. 그러면 아무래도 사람이 떨어져 나갈 텐데.…"

    "줄어든다고? 웃기는 소리. 이미 약에 쩔대로 쩔은 것들은 집을 팔아서라도 살걸."

    "그럼 위쪽은…. 아마 위협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위쪽은, 직접 발로 뛰어야지 뭐."

     접대 준비하렴. 간만에 비위 상하는 짓 좀 하겠어. 날짜 꼬이지 않도록 잘 잡아둬. 장량은 용건이 끝났다는 듯 나가보라며 손짓했다. 제 책상 서랍을 열어 파일 몇 개를 꺼내었다. 주요인물의 인적사항이 적인 파일. 그것을 천천히 눈으로 훑으며 장량은 입안의 살을 씹었다. 이 치들이 어떻게 나오려나. 지끈이는 두통이 어김없이 머릿속을 휘젓는 것에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확실히 이번 일은 다소 위험한 일이었으나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순 없었다.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 당장은 손해가 나진 않을 터였지만 그것이 길어진다면 퍽 곤란해질 것이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역한 냄새가 가실 일이 없구나.













    4.고급지면서도 단아한 멋이 있는 식당 내부는 퍽 조용했다. 한참 사람이 많을 시간이었으나 종업원만이 돌아다닐 뿐이었다. 장량은 접대를 할 때면 언제나 식당 하나를 빌리곤 했다. 그것은 어찌 보면 같잖은 짓이었고 다른 면에서는 다른 이들의 이목을 신경쓰기 때문이었다. 장량은 되도록이면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편을 선호했다. 그렇기에 제 아이들도 많이 들이지 않았다. 적당히 신변 보호를 할 수 있는 정도. 딱 그 정도였다. 장량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를 반기는 기색을 꾸며내어 웃어보였다.

     음식이 나오고 식기가 달각이는 소리만이 작게 들렸다. 장량은 간간히 별 시답잖은 얘기를 하며 느긋히 식사를 했고 건너편에 앉은 이는 퍽 못마땅한 얼굴로 너저분하게 식사를 했다. 입 속의 음식이 깔깔하기 그지없었다. 음식이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이맘때면 언제나 그랬다. 그것을 억지로 씹어 삼키며 아무렇지 않은 듯 식사를 마치고 식기를 내려놓았다. 

    "이제 식사도 했으니 용건이나 말 하게."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왜 이렇게 안달을 하실까. 서두르시는 것 같으니 그럼 바로 말 할게요. 조만간 가격이 뛸 거예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 않는 사내는 들고 있던 식기를 퍽 거세게 내팽개치듯 내려놓았다. 당장이라도 멱을 잡아 챌 기세였으나 장량은 왜 그러시냐며 태연히 물었다. 사내의 얼굴에 서서히 화기가 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것에 작은 유쾌가 치밀었으나 그것을 드러내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입꼬리를 당겨 웃어보였을 뿐이다.

    "지금, 장난치나? 지금만 해도 가격이 어떤데!!"

     기어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사내가 멱살을 잡아채었으나 장량은 다가오려는 제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듯 손짓했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사내는 장량보다 키가 작았기에 그것이 퍽 우스운 모양새가 되었다.

    "그것이 불만이시라면, 거래는 이쯤 할까요. 그래도 생각해서 미리 말해주는 것, 모르겠어요?"

     근데 말이에요. 나랑 거래하지 않고 이 홍콩 바닥에서 물건 온전히 구할 자신은 있습니까? 아시다시피 썩 쉽지 않을 텐데요. 나처럼 곱게 굴지 않는다는 것쯤은 더 잘 아실 텐데.

     장량은 저를 붙든 손을 치워내고 옷 매무새를 다듬었다.

    "허튼 생각하지 말아요. 혹여 나를 죽인다고 해서 무어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결정은 하셨어요?"

    이 정도면 시간 충분히 드린 것 같은데.

    "…계속 거래하지."

    "탁월한 선택이세요. 언제나처럼 말이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먼저 일어나 볼게요. 차라도 한 잔 하세요. 여기 차, 꽤 괜찮더라고요."

     장량은 퍽 예의바르게 인사까지 하고 천천히 가게를 나섰다.







    5.팔월 일일. 일색의 검은 정장을 갖춰 입은 장량이 집을 나섰다.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 깃이며 단정하게 매여진 검은 넥타이 등이 평소보다도 더 신경 쓴 티가 났다. 며칠 앓았다는 것이 거짓이라도 되는 것 마냥 멀쩡한 모양새였다. 꽃집에 들러 여름꽃을 한아름 샀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에 들고 온 꽃들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한참 말없이 서있었다. 소담하지만 신경 쓴 태가 나는 무덤 둘. 

    "올해로 꼭 십년이야."

     이윽고 내뱉은 말은 지난 세월이 묻어났다. 딱히 할 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팔월 일일이면 언제나 이 곳을 찾았으나 장량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제 생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칠월 말이면 앓는다는 것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우습게도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장량의 표정은 무어라 설명하기 애매모호했다. 웃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우는 것도 아니었다. 무표정하다는 것이 그나마 제일 가까울까. 

     장량은 꼭 칠월 말이면  하루를 쉬었고 팔월 일일이면 오전에 자리를 비웠다.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되어서야 느즈막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다들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자리를 비워도 그런가보다 할 뿐이었다. 그 날이면 장량에게서는 어울리지 않게도 싱그러운 꽃내가 났다. 그리고는 홀로 차를 마셨다. 직접 찻물을 올리고 찻잎을 우려냈다. 그것은 정해져있기라도 한 것 마냥 언제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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