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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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희 금프로필 2019. 8. 29. 09:24
우희금 3000(31) 요괴 179 마름 BM 희금은 시야를 가리는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검은 머리가 쓸어올려지며 평소에 머리카락에 살며시 가려지는 눈이 드러났다. 고양이의 눈처럼 눈꼬리가 올라간 눈이 쉬이 가늘어지며 웃음을 지었다. 그에 얇은 쌍꺼풀이 도드라지고 긴 속눈썹은 엷은 그늘을 자아냈다. 곧은 콧대 아래 선홍빛의 도톰한 입술 역시 호선을 그렸다. 희금은 곧잘 웃음을 머금고 누구에게는 선뜻 호의를 보였다. 그 호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그의 주 관심사로, 똑같이 호의를 보여주어도 혹은 그 호의를 악의로 되돌려주어도 희금은 기꺼이 웃었다. 누군가는 희금이 호의를 내밀고 시험을 한다고 했지만 희금은 그저 인간이 좋을 뿐이었다. 우희금은 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세상을 쪼갤 것처럼 천둥벼락이 내리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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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무 검프로필 2019. 8. 29. 09:20
천무검 남 1981.01.10(37) 소설 작가 182 조금 마름 천무검은 마른 장미 같은 사람이었다. 예전에는 조금 더 생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남자는 만지면 버석이는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검은 바지에 흰 셔츠, 그 위에 걸친 회색 계열의 코트. 말쑥한 차림의 남자에게만 무채색을 끼얹어 놓은 것 같았다. 주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덕에 피부는 희었고 검은 머리가 눈을 가리는게 거슬린다고 머리를 쓸어 넘겨 이마를 드러내었다. 짙은 눈썹 아래 느리게 감기는 눈은 쌍꺼풀이 없었고 눈꼬리가 쳐저있었다. 곧은 콧대 아래 얇은 입술은 겨울이라는 계절을 따라 혹은 남자의 성미를 닮아 건조했다. 남자는 남을 다정하게 대한다고 대했지만 그것은 학습된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어설픈 면이 있었다. 크면서도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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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익 태프로필 2017. 12. 14. 07:04
"수업 언제 끝나." 성일고등학교 남익태 (18세)182cm 표준C반 해당 학생 성적도 보통. 교우관계도 보통. 보통. 보통. 보통. 그 중에 눈에 띄는 건 체육성적이다. 그야 당연하지. 남익태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나마 관심 있는 건 몸쓰는 체육 정도였으니까. 사실 남익태는 체육이 좋다기 보다는 수영을 좋아했다. 공부는 딱 모나지 않을 정도만. 굳이 더 해야 될 필요성도 모르겠고. 저 위는 올라가고 싶지도 않고. 집에서야 큰 사고 치지 말고 딱 사람 구실 정도만 하라고 하니 마침 잘 된 거지. 이른 새벽 아침. 남익태는 수영장 레일을 따라 물살을 가르며 수영을 하곤 했다. 날이 추워져 수영장에는 남익태 뿐이었다. 유연하게 레일의 끝에서 끝을 찍고 도로 턴을 해 헤엄을 친다. 수영과 운동으로 다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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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A군의 방문기폭염주의보 2017. 11. 22. 14:15
* 10년 후 청경이가 스물아홉, 꽃집 겸 카페(靑)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여긴가…?" 아담한 꽃집 앞에 서서 제대로 왔는지 핸드폰 지도를 살폈다. 친구들이 알려준 대로 왔고 지도에도 여기라고 표시되어 있으니 여기가 맞겠지. 길치 기질이 다분하다 보니 몇 번이고 맞게 왔는지 확인하는 건 이제 하나의 버릇이었다. 근데 여기, 좀 특이하다. 카페랑 꽃집을 같이 한다니. 흔한 조합은 아니네. 고개를 들어 카페부터 꽃집까지 이어진 다소 심플한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푸를 청' 한자가 다소 눈에 띄었다. 한자로 된 간판은 요즘 거의 없지. 꽃을 사러 오긴 했는데, 꽃을 사보긴 난생처음이라 섣불리 꽃집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데 꽃집의 문이 열리는 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라버렸다. 아, 쪽팔려! "…꽃 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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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폭염주의보 2017. 11. 19. 23:22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내리쬐는 한 여름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숨통을 죄었다. 매미가 우는 소리가 아득하니 들렸다. 정자의 나무 바닥에 가만 머리를 대고 누워 눈을 감는다. 그동안 소란스러웠던 것이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조용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여긴 왜 이렇게 덥냐며 투덜댈 것 같은데. 아직 여름은 갈 기미를 안 보이고 방학은 조금 더 남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인데 가슴 한 켠이 허전했다. 그리 길지도 않은 기간이었는데 벌써 정이 들어버리기라도 한 건지. 핸드폰을 들어 성산 고등학교에 간 날 다 같이 찍은 사진을 물끄럼 바라보았다. 묘한 기분이었다. 중학교 삼 학년을 마치고 이곳으로 내려올 때에도 겪은 헤어짐이었는데. 그때는 딱히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