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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희 원프로필 2017. 9. 17. 17:14
" 나는 원하지도 않았는데"구 희 원19179/58구 원 이 우 환 이 라. 희원아. 괜찮아. 엄마가 다 괜찮게 만들어줄게. 주님도 도와주실 거야. 눈을 내리깔았다. 검은 눈동자가 살풋 속눈썹에 가려졌다. 움푹하게 팬 눈 밑이 거뭇했다.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대체 무엇을? 뼈가 도드라진 마른 손을 보듬는 것에 굳이 물음을 던지지 않았다. 흐트러진 검은 머리칼과 허여멀건 피부의 대조는 구희원을 더욱 병색이 완연해 보이게 했다. 버적하게 마른 입술을 제 손가락으로 슬 쓸었다. 그것은 일종의 작은 버릇이었다. 색이 옅은 입술은 이따금이면 붉은 핏방울이 맺혔다. 붉은 피. 그래, 그것은 구희원에게 있어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내 그 핏방울은 자취를 감췄다. 입술의 핏망울이 손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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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재 희프로필 2017. 9. 17. 17:10
" 얌전히 굴어요"도 재 희36세183/68검사검은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넘긴 채였다. 우뚝한 콧날이며 진한 눈썹이 꽤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그것을 완화하기라도 하듯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너를 바라보는 눈이 권태로 가득했다. 느긋한 여유와 지루함이 고루 섞여 탁한 색을 띠었다. 입고 있는 정장이 꽤 비싸보였다. 끝까지 조인 넥타이, 커프스 버튼, 넥타이핀까지.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고 그것이 고급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듯 했다. 투버튼의 깔끔한 정장은 빳빳하게 잘 다려져 정장 특유의 선이 살아있었다. 가난을 모르고 초조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도재희의 왼손 약지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도재희는 이따금씩 그 반지를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 그 반지에 대해 물으면 도재희는 별 것 아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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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금 조프로필 2017. 9. 17. 17:05
" 정신 제대로 차려, 함금조. "함 금 조28176/61대부업황조롱이 퍽 단정한 외모였다. 밤색의 머리칼은 깔끔하게 올려 넘긴 채였다. 꽤나 크고 둥근 눈이 콤플렉스라고, 함금조는 말했다. 아마 머리를 넘기지 않는다면 순해보일 것이다. 함금조는 깔보여지지 않으려 한다. 고객을 대할 때면 방긋 웃어 보이는게 퍽 신뢰가 갔다. 누군가는 함금조가 친절하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함금조가 독한 새끼라고 말했다. 함금조는 사회생활을 할 줄 아는 놈이었다. 비록 너무 딱딱하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지만. 수그려야 할 때를 아는 놈이었다. 탐욕으로 번뜩이는 눈동자가 눈꼬리가 휘면서 슬쩍 가려졌다. 탐욕이란,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욕구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맹목을 뜻하지. 밑바닥부터 올라왔다. 그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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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축연의 시간 2016. 2. 18. 11:10
일월의 겨울은 매서웁고 차다. 십이월보다 한결 겨울 냄새가 짙어졌다고 해야할까. 슬 해가 길어졌으나 그뿐이다. 아직은 낮보다는 밤이 더욱 길고 긴, 그러한 때이다. 삼월의 봄을 맞이하기 전까진 겨울인 셈이다. 창 밖을 내다본 여 흔은 책상의 의자에 앉아 담배를 빼어물었다. 불은 붙이지 않은 채 담배의 끝을 잘근인다. 방안은 바깥에서 바람이 부는 소리만이 들릴 뿐 고요했다. 담배를 물고 있는 것만으로도 연한 담배향이 입안으로 퍼졌다. 불빛 하나 비추지 않아 어둑한 방안에 인기척이라곤 여 흔뿐이었다.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는 끊어질듯 느리고 또 일정했다. 여 흔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여전히 담배에는 불을 붙이지 않았고 방은 어두컴컴했다. 흐음. 한숨과도 같은 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어머니는 누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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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1소년 표류기 2016. 1. 12. 15:20
시계 바늘이 열 두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작은 원룸은 흐릿한 스탠드 불만이 켜진 채였다. 책상 위에 펼쳐진 책 들을 대충 정리한 임제오가 냉장고로 향했다. 자박자박 차가운 바닥에 발이 닿으며 나는 소리만이 들렸다. 냉장고에서 페트병을 꺼내어 컵에 따랐다. 방은 어두웠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보일 정도도 아니었다. 컵에 따른 물을 한 모금 마신 임제오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냉장고에 넣어 놓은 물은 너무 차서, 그렇다고 딱히 꺼내놓은 물도 없었기에 다시 컵을 들어 목을 축이려는데 도어락이 눌리는 소리가 났다. 눈에 띄게 흠칫 놀란 임제오는 들고 있던 컵을 떨어뜨렸다. 손에서 떨어진 컵이 바닥에 부딪히고 컵이 깨지며 파편과 컵에 들어있던 물이 쏟아지기까지의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졌다. 삐삐삐삐삐. 임제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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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소년 표류기 2015. 11. 25. 14:14
01. 임제오. 任濟悟 . 02. 현재 원룸에서 혼자 거주중. 03. 부모님은 중3 때 화재로 돌아가셨다. 04.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큰아버지댁에서 잠시 머물렀었다. 05. 큰아버지, 큰어머니도 잘 해주셨지만 결국은 제 자식이 더 소중했다. 06. 친척 형, 임성현에게 처음 폭력을 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고를 결심했다. 07. 그러나 신고를 하지 않았다. 큰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저기 제오야... 너도 알다시피 성현이가 곧 수능이잖아... 그러니까..." 08. 큰어머니는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방관했다. 큰아버지는 모르고 있었다. 09. 방관 속에서 폭력이 계속 되었다. 10. 상처를 본 큰아버지는 말씀하셨다."제오야, 너도 힘든 건 알겠지만 이럴 수록 네가 잘 해야지. 싸움질이 뭐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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救援?약탈교실 2015. 9. 17. 15:26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잔병치레가 잦았던 구희원. 그러나 그 유약한 몸뚱이에 지워진 무게는 천천히, 조금씩 숨통을 조여왔다. 바닥에서부터 발끝을 타고 종아리를 손톱으로 찍으며 서서히, 서서히. 그리고 마침내 그 시커먼 것들이 온몸을 발판 삼아 찍고 긁어내린 끝에 목줄기까지 이르렀을 때,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숨통이 조여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대로 가면 죽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제 목을 긁어내리고 조르는 것들이 제가 느끼는 압박감이든지, 아니면 그 이외의 무엇이든지 상관없었다. 그저, 이대로는 이것이 나를 죽이겠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하잘 것 없이 메마른 몸. 또한 곳곳에 빼곡히 자리한 생채기. 팔의 위쪽이며 배, 허벅지. 옷으로 가려질만한 곳이라면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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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天무법자의 도시 2015. 9. 16. 17:48
치적이며 비가 내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마냥 거세게도 내리는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번쩍이며 어디엔가 번개가 내리꽂혔고 콰르릉 천둥이 짐승의 울음소리라도 되는 것 마냥 으르렁거렸다. 고요한 가게 내부. 그도 그럴 것이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으니. 연화緣和. 새시장 근처의 작달만한 술집은 오늘 장사를 하지 않았다. 몇 개 되지 않는 테이블 위에는 의자가 올려져 있었다. 바로 된 테이블 앞에 앉아 장량은 술잔을 기울였다. 몇 모금이고 독한 술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취하고픈 날인가봐요?" 하이얀 손이 모양 좋게 깎은 복숭아가 담긴 그릇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달디 단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복숭아를 자르며 손에 묻은 과즙을 닦아내며 청화淸華가 말을 건네었다. 그것에 장량은 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