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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가지 말고 나랑 있어. "
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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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 표준
학생
찬 겨울 바람에 검은 머리가 바람을 따라 흐트러졌다. 눈썹을 살짝 가리는 머리는 곱슬기 없이 결을 따라 살랑였다. 차게 식은 손가락은 뼈마디가 도드라졌다. 예쁘다고 하기에는 거친 손으로 네 옷깃을 붙잡는다. 혼자 두지마. 나랑 같이 있어. 남 건은 혼자 있는 것을 유난히 싫어 했다. 2년 전, 형제를 잃은 후로부터 그랬다. 사고는 같이 당했는데 왜 하나는 죽고 하나는 살았을까. 사고의 흔적은 건의 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른쪽 옆구리와 다리에는 그 날의 사고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크게 흉이 져 있다. 그 외에도 자잘한 흉이 많은 탓에 살갗이 드러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직 사고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지 이따금이면 아프다고 끙끙 앓곤 했다. 그럴 때면 더더욱 남에게 매달리기 일수였다. 가지마, 가지마. 나 아파.쌍꺼풀이 얇게 진 눈은 쉬이 휘어져 웃음을 머금는다. 아무렇지 않은 듯 굴다가도 혼자 있을 때면 한 없이 무거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자책은 하면 할수록 정신을 좀먹어 간다. 남 건은 끊임없이 자신을 자책했다. 자책하다 자해했다. 왼손의 손바닥은 항상 붕대가 감겨 있다. 그 손바닥의 상처는 낫지 않는다. 나을만 하면 새로운 상처를 그 위에 덧입힌다.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손에 든 것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아파했다. 찬아. 이제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이름을 읊조리며 팔목에 찬 팔찌를 만지작 거린다. 일란성 쌍둥이라 거의 다를 바 없이 꼭 닮은 모습. 그렇기에 거울을 볼 때면 켜켜이 쌓인 해묵은 감정이 넘실거리곤 했다. 차라리 그 때 같이 죽어버리지. 중얼거리는 저음이 음산했다.이제 공기에서는 겨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잘 다려진 바지와 무채색의 스웨터, 그 위에 두터운 겉옷. 그것이 못내 불편한지 추운 날씨에도 겉옷은 어깨에 걸치고 있거나 덮고 있는 일이 잦았다. 남 건은 추위를 많이 타는 편도 아니고 감기에 자주 걸리는 편도 아니었다. 이제 진짜 겨울이네. 춥다. 이리와. 춥다는 핑계를 대며 손짓한다. 온기를 품은 따듯한 손으로 네 손을 붙잡는다. 따듯하지. 그러니까 좀 더 이러고 있자.* 양묵예술고등학교- 3학년- 연극영화과- 촬영부* 교통사고- 2년 전- 오른쪽 옆구리와 다리에 큰 흉터와 수술자국- 교통사고 후유증- 진통제- 불면증* 남 찬- 일란성 쌍둥이- 2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 죄책감, 트라우마- 자해. 낫지 않는 왼 손바닥-
유기의 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