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장 량
    프로필 2017. 9. 17. 17:18




    " 뭐가 그렇게 심각해."



    장 량


    34 / 184


    마약밀매


    총감



     검은 머리칼을 깔끔하게 포마드로 넘긴 채였다. 옅게 주름이 진 이마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짙은 눈썹하며 오뚝한 콧날이며 남자는 퍽 준수한 외모였다. 바닥에 향해있던 시선이 너에게 향했다. 눈꺼풀이 느릿하게 감겼다가 이내 들어올려지며 제법 매서운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눈가의 주름은 남자의 분위기를 꽤나 서글서글하게 보이게 했다. 비죽이 올라간 입매가 퍽 비뚜름했으나 그것이 못내 어울렸다. 가늘어진 눈이 너를 천천히 훑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관찰이라도 하듯. 고동색의 눈동자에 짙은 그림자가 지며 검게 보였다.


     흠 잡을 곳 없는 단정한 옷매무새. 어두운 계열의 정장은 꽤 값이 나가 보였다. 거울 앞에서 넥타이며 옷매무새를 깔끔하게 다잡고 너를 향해 뒤돌아서며 장 량은 말했다. 내 앞에서 거지 같은 꼴로 돌아다니지 말아줘. 그 정도 예의정도는 차려줬으면 하는데. 알았지? 대답을 재촉하며 남자는 씩 웃어보였다. 어려운 일도 아니잖나. 남자는 언제나 정장의 기본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정장의 마이를 벗는 정도일까.


     남자는 담배를 꺼내들어 불을 붙였다. 라이터를 켜는 오른손의 문신이 도드라져 보였다. 남자의 몸 곳곳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왼쪽 귀 뒤에는 심전도계에서나 볼 법한 심박을 나타내는 것이 있었고, 오른쪽 손등에는 작은 새 몇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 왼쪽 손목은 시계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그 아래에도 문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련의 숫자나열. 글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옷 아래 오른쪽 쇄골부터 가슴 위쪽까지는 장미 문신이 세겨져 있고 왼쪽 견갑골에는 얇은 선으로 된 작약이 피어있었다. 내 몸을 왜 그렇게 궁금해 하나. 남자는 시선이 문신에 진득하게 머무는 것을 알았다. 그럴 때면 이따금씩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찻잔을 들어 올리는 손은 퍽 거칠었다. 작은 흉터들이 자리하고 있는 손은 그 동안 남자가 이 바닥에서 굴러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정장 아래의 탄탄한 몸 역시도.



    남자는 그리 다정한 성정은 못 되었다. 번듯한 미소를 지었으나 그것은 작위적인 냄새가 났다. 그래, 그것이 노골적으로 티 나지는 않았지. 그러나 남자와 오래 마주하고 있으면 그것을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었다. 올라간 입꼬리며 휘어지는 눈매가, 마치 제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을 감추기 위해 웃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벌어진 입술 새로 남자의 혀가 제 송곳니를 느리게 문지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일종의 버릇으로, 마치 입맛을 다시는 것 같았다. 사냥을 앞둔 짐승이 먹잇감을 찾는 것 마냥. 집어 삼켜지지 않게 조심하도록. 퍽 걱정한다는 어투였고 네 어깨를 도닥이는 손 역시 그러했다.


      남자는 까탈스럽게 굴었다. 차 하나도 제대로 못 내리나? 툭 쏘아 붙이는 말에 같잖음이 그득 담겨있었다. 남자는 애초에 완벽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눈에 거슬리지 않는 정도면 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짜증 섞인 목소리는 여전히 네게 달아들었다.


      이따금씩 계집애 분내가 났다. 저도 그것을 모르는 눈치는 아닌데 그저 저절로 냄새가 빠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계집애랑 재미 좀 봤나봐? 장 량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왜 궁금해. 계집애 분내 맡으니 발정이라도 나? 뻔히 저를 놀리기 위해 한 말인 것을 모르지 않았으나 부러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님에도 장 량은 태연자약, 여유로웠다. 너무 서두르다가는 일을 그르치는 법이야. 얌전히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지. 안달내지 말고 이리 와서 차나 한 잔 하도록. 넌 성격이 더러워서 느긋하게 차를 즐길 것 같진 않지만. 조로록 찻잔에 차를 따라 네게 건넸다. 장 량은 차를 즐기는 편이었다.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천천히 삼켰다. 그리고는 이내 찻잔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여린 찻잔이 바닥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요란했다. 한껏 구겨진 인상을 하고 장 량이 입을 열었다. 차 누가 내렸어? 내가 티백 쓰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이거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1. 남자는 까탈스럽게 굴었다. 그 중에서도 차에 관해서는 유독 예민하게 굴었다.

    2. 남자는 욕을 하는 일이 드물었다.

    3. 남자는 그닥 권력욕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없어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은, 글쎄.

    4. 남자는 담배를 많이 피웠다. 

    5. 남자는 가족사가 화제로 오르는 것을 꺼리는 것처럼 보였다.


    -

    무법자의 도시

    '프로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 흔  (0) 2017.09.17
    임 제 오  (0) 2017.09.17
    구 희 원  (0) 2017.09.17
    도 재 희  (0) 2017.09.17
    함 금 조  (0) 2017.09.17
Designed by Tistory.